“외식업계 지난해부터 어렵다고 외쳤다”
[금강일보 정은한 기자] ◆갈비 팔아 중산층되고 기부도 했는데… “외식업계 지난해부터 어렵다고 외쳤다”
장사하며 산전수전 겪었으나 이런 날도 오는구나 싶었다. 지난 2월 말 끝내 가게를 폐업했다. 10년 넘게 손발을 맞춘 직원들의 생계 걱정에 버티고 버텼건만 매출은 나오지 않았고 임대료도 인하 받지 못해 결국 회생불가 지경을 맞이했다.
나 박용식(57)은 카페로 돈을 벌어 지난 2003년 대전 서구 만년동에 ‘황포갈비’를 차렸다. 사내로서 크게 성공하겠다는 야심도 있었지만 돈을 번 건 다른 이유가 있었다. 31년 전부터 부모 없이 자라는 대전 성우보육원 아이들이 안쓰러워 맛있는 밥도 먹이고 학비에 문화공연비를 지원하다 보니 보살핌과 헌신의 삶을 오래도록 지속하고 싶어서였다.
28년 전에는 대전의 한 수재가 형편이 어려워 서울대 진학이 어렵다는 소식을 듣고 학비, 생활비에 서울에서 머물 주택전세까지 댔다. 또 태극기 응원맨으로서 레드엔젤 응원단을 이끌며 해외원정만 59번을 다녀왔을 정도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도 알뜰히 챙겼다. 소아암 아이들과 소외이웃을 위한 밥차 참여로 따뜻함을 갖춘 배우 김보성을 홍보대사로 모셔 축구 응원에 헌신한 삶은 그야말로 뿌듯했고 자부심 넘쳤다. 하지만 이제 정말 이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왕성한 사회활동으로 내 가게는 모든 풍파와 시련을 견뎌냈으나 지난해부터 삐걱거렸다. 김영란법과 윤창호법으로 회식과 접대가 줄더니 갑질금지법까지 나와 조직 내부의 모임도 급감해서다. 심지어 최저임금도 급격히 올라 영업이익은 더 낮아졌다. 그래서 외쳤다. 제발 좀 살려달라고. 내가 국가와 소외이웃을 아꼈듯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한 정책을 무척이나 응원하지만 장사하는 사람들을 옥죄는 부정적인 영향도 분명히 존재하는 만큼 살 길을 열어달라는 간절함이었다.
결국 지난 3월 오랜 땀이 밴 집기를 모두 중고매매상에서 넘기고 직원들을 떠나보냈다. 얼마나 울었는지 이제는 눈물도 모두 말랐다.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으려고 나처럼 혼자서 버티기 어려운 예산한우갈비에 남은 돈을 투자해 다시 동업 중이다. 내가 무너지면 더 힘들어질 안쓰러운 소년소녀가장을 위해 다시 뛰고는 있으나 잘 견뎌낼 수 있을지 캄캄하다.
소상공인을 위한 긴급대출은 이미 지난해 위기를 대출로 버텨온 나 같은 사람에겐 해줄 수 없다고 한다. 부디 식당 하는 사람이 회생할 수 있도록 대출 요건을 완화해달라. 정부와 지자체에서 풀기로 결정한 긴급재난지원금은 무척이나 고맙고 환영한다. 다만 나라 재정도 한계가 있는 만큼 근본적으로 소비를 늘릴 수 있도록 윤리만 앞세운 경제 정책을 재고하고 소득주도성장도 전환되기를 바란다.
나는 이제 더는 중산층이 아니다. 그럼에도 기부하는 삶은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 이 꿈을 지켜갈 수 있도록 다시 장사로 중산층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 간곡히 부탁한다.
◆ 해외입국 막혀 허니문·출장 계약 제로 “팬데믹에 여행업계 침체 장기화 우려”
지난 2001년 대양해외여행사를 인수해 대전 최초로 BSP(항공운임결제시스템) 국제선 발권 자격을 갖출 정도로 여실히 키워냈건만 올해처럼 힘겨운 때가 없었다. 이미 여행사의 위기가 깊어지던 중 코로나19를 맞이했다.
나 이용선(58)은 중국 사드 사태와 일본 수출규제로 인한 일본관광 거부로 지난해 무척이나 힘든 때를 보냈다. 여행은 대외적인 국제분쟁에 취약한 만큼 이웃 나라와 문제가 생기면 상품이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중국과 일본에 한정된 매출 피해였으니 외교적인 출구가 열리면 다시 매출이 올라갈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더 큰 난관이 기다렸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당시 중국 여행상품이 떨어져 나가더니 한국 내 급격한 확산으로 결혼식이 잇달아 취소되면서 허니문 여행상품도 급감했다. 그래도 감염이 잦아들면 중국도 다시 열리고 한국인 입국도 풀릴 거라고 기대했지만 팬데믹이 강화되더니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의 하늘길이 막혔다. 여행상품의 90%가 해외인데 단 한 건도 팔리지 않는 때가 오리라고는 차마 생각하지 못 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 매달 줄기차게 연결했던 출장 항공수요도 전부 취소됐고, 국내 축제 취소로 그나마 10% 비율인 국내 관광수요마저 사라졌다.
매출 제로 상태에서 임대료와 인건비를 계속해서 부담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소상공인지원센터의 보증을 받아 대출을 받았고, 정부의 특별고용지원을 받아 직원들의 휴직 인건비 일부를 해결 중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되는 상황이라서 대출받은 긴급 자금으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두렵다. 정부의 고용지원도 말로는 통상급여의 90%라고 하나 그건 어디까지나 최저임금을 기준했을 때이고 해외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 추세라서 6개월간의 한시적인 고용지원으로는 부족한 게 사실이다.
현재 5명의 직원은 일주일에 2일씩 돌아가면서 근무하고 있다. 다들 다른 일도 구할 수 없어 생존이 흔들리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긴급재난지원금 투입을 결정했지만 주로 내수 소비에 사용될 것이기에 여행사와는 관계없다. 따라서 서울시는 관광업체당 500만 원, 울산시는 각 100만 원을 별도로 지원한다고 한다. 아직 대전시는 특별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부디 알아달라. 만약 지역 여행사가 도산할 경우 수도권 온라인 여행업체에 해외관광 수요를 모두 빼앗겨 지역 관광업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그렇게 되면 대전 관광에도 영향을 미쳐 오는 2021까지 진행되는 대전 방문의 해는 물론이고 관광숙박업계도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여행사를 비롯한 특별고용지원 업종에 긴급생활안정지원금을 투입해 취약 산업이 코로나19 사태를 버텨낼 수 있도록 힘을 줬으면 한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끊겼던 교류를 하루 속히 회생시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차원에서 공공기관의 해외 출장과 연수도 활성화해 주길 바란다.
◆ 아이들 웃음 끊긴 학원가, 예체능 직격탄 “생계 위기 닥친 강사들에게 너무 미안”
감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잘 견뎌냈는데 코로나19는 너무도 힘겹다. 감염 우려로 등원이 풀리지 않는 데다가 학부모님들의 실직 위기가 닥쳐 ‘휴원 위기’가 ‘등원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나 최은정(46·여)은 지난 2004년 대전 서구 내동 맑은아침 아파트 인근에 피아노 교습소를 차렸다. 피아노의 아름다운 멜로디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재미가 어찌나 즐거웠던지 웃음은 아이들을 불러모았고 지난 2010년엔 제법 널찍한 피아노 학원을 갖췄다. 하지만 학원 운영의 여건은 점점 좋지 않았다. 학교 돌봄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학교 수업시간이 늘고 방과 후 수업이 확대되면서 학원 수요가 축소됐기 때문이다. 거기에다가 예체능 단가가 높지 않음에도 일괄적인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어 등 일반교과 강사님들과 똑같이 인건비를 지급한 것도 부담됐다.
하지만 학생이 학년당 8개 학급까지 있는 내동초 인근에 자리했고, 여타 학원에서 시도하지 않는 ‘1대1 교습’ 원칙을 고수한 데다가 여러 악기 교육도 병행한 덕분에 100~130명의 원생을 유지해낼 수 있었다. 더욱 좋은 여건에서 아이들을 지도하고자 지난해 11월엔 대출을 받아 더 넓은 학원으로 이전하고 리모델링에도 투자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코로나19가 발생하자 투자가 위기로 바뀌었다. 기존 학원 자리가 임대되지 않아 임대료를 내고 있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임차인이 계속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학원 휴원 및 등원 중지 권고가 내려져 2월 22일부터 한 달간은 휴원을 해야 했고, 이후에도 20~35%의 등원율에 머물렀다. 물론 현재 45%까지 회복했으나 70%는 돼야 네 분의 강사님을 계속해서 고용할 수 있는 처지다. 현재 두 분만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고 따로 알바를 구하는 중이라고 들었다. 원장으로서 너무 미안한 상황이다.
최근 소상공인지원센터의 보증대출을 간신히 받았다. 이미 학원 이전으로 대출받은 게 있어서 최대 한도인 7000만 원을 다 받기는 어려웠다. 그런데 보증료로 무려 100만 원가량을 가져갔다. 2년 거치에 원리금 3년 분할 조건이라서 앞으로 큰 부담이 될 것 같다. 결국은 모두 빚이고 코로나19로 학부모님들의 실직이 늘어나면 결국 등원율 100%는 회복하지 못할 테니 말이다.
앞으로 특별업종을 대상으로 노란우산공제처럼 별도의 소상공인을 위한 적금을 만들어 긴급자금이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실직 강사들을 위한 실효성 있는 구제책도 마련해주길 바란다. 나 스스로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매일 소독을 하고 감염에 대비할 수 있는 수업방식을 마련하겠다. 한동안 보지 못한 아이들이 무척 그립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