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 보호 민법’ 2월4일 시행…혼란 우려
작성자 신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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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소비자 분쟁과 악용사례 늘 가능성-특별약관도 무의미…업계 차원의 대응 필요
여행자 보호를 위한 민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여행업계에 ‘혼선만 낳는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민법 계약의 한 유형으로 여행계약을 신설하고 계약 사전해제권, 계약 위반에 대한 시정 또는 감액 청구권 등 여행자 보호에 필요한 여행자의 권리를 강행규정으로 정한 개정민법이 오는 2월4일 시행된다. 해외여행 증가와 함께 계약취소 거부, 여행일정 임의변경, 추가요금 부당청구 등의 소비자 피해사례도 늘자 법무부는 지난해 1월 여행자들의 권리 보장을 민법에 명문화한 바 있다.
시행일이 다가올수록 여행업계의 걱정은 커져가고 있다. “소비자 보호에 치우친 법 개정으로 여행사와 소비자 간 계약체결이 번거로워졌고, 분쟁 요소도 더욱 늘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개정안이 나왔을 때도 마치 위약금 없이 언제든지 여행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것처럼 보여져 여행사들이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실제 시행에 들어가면 그와 같은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여행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한 여행사 법무팀 관계자는 “소비자가 여행을 취소할 때 소비자는 ‘상대방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서 ‘상대방’은 여행사다. 여행사도 배상을 받기 위해서는 어떤 손해가 발생했는지 구체적으로 증빙해야 한다. 선입금으로 객실을 확보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더욱 복잡해진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도 소비자가 과연 이를 이해할지부터도 의문이다”라고 걱정했다.
여행사와 랜드사 간의 거래는 특수한 경우가 많아 이를 구체적으로 증빙하기도 번거로울뿐더러, 이들의 거래관계를 법무부와 소비자가 온전히 받아들일지도 의문이다. 이 관계자는 “상품 진행 시 간혹 발생하는 ‘싱글차지’와 팀 모객 인원수에 따라 제공되는 ‘FOC’까지 분쟁에 얽히면 증빙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또 있다. 그동안 여행사는 특수 상황에 대비해 ‘여행사 특별약관’을 마련해 적용해왔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강행규정으로 인해 이 특별약관의 효력도 없어질 수 있다. 또 다른 여행사 법무팀 관계자는 “여행사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증가할 수 있으며, 이를 악용해 물고 늘어지는 소비자 또한 많아질 수 있다. 여행사 피해 증빙을 위한 명확한 기준과 시스템이 필요한데 여행사마다 양식이 다르면 오히려 혼선만 가중시킬 수 있다. 여행업협회 차원의 대응책 마련이 필요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과연 우려가 현실화될지는 시행 후 진행상황을 지켜봐야 알겠지만 그에 앞서 여행업계 차원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신지훈 기자 jhshin@traveltimes.co.kr